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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r/몽골여행기(17.07.29~08.05)

Gobi Tour _ Day6. 보드카, 다신 안 마셔.

Day6. 보드카, 다신 안 마셔.

 

Day6에 쓸만한 이야기가 사실 별로 없다.

사실 사진도 없다.

이동 시간으로만 하루를 다 써버리기도 했고, 숙취가 정말 어마어마해서.

 

그러니까, Day5 밤에 홍언니, 별이, 나, 마기, 감바아저씨 이렇게 넷이 술을 마셨다.

어차피 우리가 갖고 있는 보드카는 한 병이었고,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변수는, 여행자 게르 캠프의 식당에서도 보드카를 판다는 것.

 

세 병을 더 사와서 마셨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기억하는 병은 한 병이다.

몽골어로 '건배'는 '독도이'라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감바 아저씨가 집에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 얼굴을 보고 독도이라고 했다.

 

기억이 나는 건, 홍언니 침대 밑에 있던 고슴도치를 자랑했다는 것.

물론 마기가 올 때 쯤엔 고슴도치가 사라져서 사진으로 보여줬다.

여행자 게르 캠프 근처가 고슴도치 서식지라서, 근처에 고슴도치가 더 많다고 한다.

(깨알같은 고슴도치 자랑)

 

별이가 일어나서 본 풍경은 이랬다고 한다.

홍언니와 나는 그럴만한 정신도 없었다.

이 게르의 원래 주인이었던 고슴도치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한다. 미안.

 

어쨌든 Zorgol Mountain도 들러야 하고, 내일까지 울란바타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떠나야하니 짐을 챙겼다.

버릴 것들은 최대한 버리고 (가능하다면 쓰레기 같은 몸도 버리고 싶었지만) 길을 떠났다.

 

칭기스 보드카는 가격도 비싸지 않고, 그에 비해 맛도 훌륭한 편이라고 한다.

깔끔한 건 알겠는데, 보드카가 맛있다고 하기에 나는 너무 쪼렙이다.

내 수준엔 맥주가 딱 맞는 듯.

 

레벨이 낮다면 무리하지 말고, 보드카는 기념품으로 사서 가도록 하자.

 

한국에서는 술을 먹으면 다음 날 포카리를 엄청 마신 후에 최대한 활동을 자제하는 편인데,

몽골에서는 숙취가 있든 없든 일단 프루공을 타야했다.

 

일어나서 토하고, 토하고, 토하는 나와 홍언니가 불쌍했는지, 마기와 감바가 프루공의 좌석을 침대처럼 만들어줬다.

어차피 달리는 건 오프로드라서 괴로운 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꽤 괜찮아짐.

 

현대옥 콩나물국에 포카리가 너무 땡겼지만, 현대옥 몽골점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

마기에게 홍언니와 나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말린 말고기로 만든 죽을 해줬다.

몽골에선 이게 숙취에 좋다고.

 

진짜 아무것도 안들어가는데 간신히 몇숟가락 먹었다.

 

말씀대로 숙취에 좋긴 했는데, 좋은 이유가 얼마 안가서 모두 토해냈으니까...

시원하게 한번 속을 비우니까 그 때부터는 좀 괜찮아지긴 하더라.

 

마을에 들렀을 때, 잠깐 핸드폰이 터지길래 엄마, 아빠랑 영상통화를 하면서 숙취가 너무 심하다고 말하니까 정말 찐하게 욕을 해주셨다.

한국말 할 줄 아는 오기 아저씨가 우리 운전기사가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었다.

 

하루 종일 홍언니와 함께 별이에게 부탁했다.

이런 모자른 언니들이지만, 꼭 다음 여름에도 같이 여행에 와달라고.

다음에 홉스골을 함께 가달라고...

 

마지막 밤은 드디어 텐트 취침이었다.

몽골에서는 텐트 취침을 할 때마다 비가 온다.

정신이 없어서인지, 첫날의 빗소리처럼 무섭지 않고 운치있었다.

 

 

 

이걸 여섯번째 날의 후기라고 써야하다니, 나는 정말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야...

홍언니랑 다짐했다. 이제부터 죽는 날까지 보드카는 다시는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