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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r/몽골여행기(17.07.29~08.05)

Gobi Tour _ Day4. 호빗 마을과 모래사막.

Day4. 호빗 마을과 모래사막.

 

Day4-1. Yolyn Am, 평화로운 호빗 마을

 

4일 차 일기가 되서야, 지명 이름을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

구글링을 하기 시작했단 뜻이다. (=여행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Baga gazriin chuluu(바가가즈린츌루) 이것도 사실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썼다.

 

간밤에 시끄러운 임창정 1~5가 지나가고 나서,

반주도 없이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빈지노 1이 등장했는데,

'거, 조용히 좀 합시다' 하는 소리에 '죄송합니다.' 로 끝났다.

참으로 멋진 힙합이다.

 

Day3은 온통 이동시간으로 보냈는데, Day4는 밀린 숙제를 하는 것처럼 오전부터 아주 바삐 움직였다.

지난 밤 타의적 콘서트 참여로 힘들 줄 알았는데, 꽤 컨디션이 좋아서 욜링암에 가는 도중 거의 잠을 안잤다.

덕분에 가는 도중에 큰 산과 멋진 경치를 구경했다.

욜링암은 몽골 정부에서 자연 상태를 보호하고 있는 곳인데, 그럴 가치가 있다.

 

본격 욜링암에 들어가기 전에 핸드메이드 크래프트를 사고, 초입에 있는 박물관에서 남고비 지역에 대해서 배웠다.

여기 기념품은 정말 사야한다.

몽골 물정 모를 때라서 낙타 하나가지고 살까 말까 고민하니까 1,000 투그릭 깎아주셔서 각자 한마리씩 샀다.

근데 이후로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를 보지 못했음.

 

내 낙타는 왕이기 때문에 티메(몽골어의 낙타)의 칸(몽골어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티칸이라고 지었는데,

별이가 자기 낙타 이름을 켄이라고 짓겠다며, 빅스 덕후인 나에게 도전했다.

나도 아까워서 이름도 못붙이는 내새끼 이름을...

그래서 나는 별이의 낙타를 배기성이라고 부른다.

(왼쪽부터 배기성, 홍언니꺼, 티칸)

 

마기가 박물관에서 설명해주기로는, 몽골에는 다섯가지 가축과 다섯가지 야생동물이 있다고 한다.

다섯가지 가축은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양, 염소, 말, 소, 그리고 귀여운 낙타.

다섯가지 야생동물은 잘 기억이 안난다. 야생 말, 야생 양, 야생 낙타 이런 거 였다.

의외로 욜링 암 근처에는 가젤도 있고, 몽골 곰돌이도 산다고 한다.

곰이 아니라 곰돌이인 이유는, 작고 귀엽기 때문에. (일어섰을 때, 160cm가 안된다고 함.)

물론 만나면 필사적으로 도망가야한다.

 

세계 낙타의 약 90%가 단봉낙타인데, 몽골,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에 일대에 사는 낙타 10%만이 쌍봉낙타라고 한다.

몽골에 있는 낙타는 모두 쌍봉낙타.

쌍봉과 머리에는 모두 털이 수북하게 나있는데, 야생 낙타의 경우 제모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북하게 자라고,

가축으로 키우는 낙타는 겨울이 지나면 저렇게 모히칸 스타일로 제모를 해준다고 한다. 개쩐당. 힙해.

 

욜링암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갔을 때는, 일년 내내 녹지 않는 얼음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요즘은 지구온나나 때문에 얼음이 녹는다고 한다.

보라돌이 뭐하냐, 나나 관리 안하고.

 

욜링 암은 욜링이라는 독수리 처럼 생긴 몽골의 새 + 부리라는 뜻인데, 왜 욜링암이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마기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바가 가즈린 츌루가 반지의 제왕 마지막 전투를 떠올리게 한다면, 욜링암은 프로도가 돌아가는 평화로운 호빗 마을이다.

말똥 냄새는 좀 나지만.

 

이런 자연 경관을 갖고 있는 곳이고, 산 등성이나, 바위, 흐르는 물을 보면 마음이 정말 편해진다.

실제로 산악회에서 온 한국인 아주머니, 아저씨들을 만났고

엄마 카톡 프로필 사진 st. 사진을 많이들 찍으셨다.

 

 

 

 

욜링암 트래킹 코스는 여러개가 있는데, 20분 정도 걸으면 이 오워를 만나게 된다.

이 오워를 만나고도 돌아가지 않으면, 이틀 짜리 트래킹 코스를 가게 된다.

 

이 오워 너무 귀여운게, 저 오워 안에 타르박(몽골리안 마못)의 구멍이 있다.

욜링암 곳곳에 햄스터 같이 생긴 타르박이 돌아다니는데, 완전 귀요미.

 

타르박에 대한 설화는 모든 몽골 여행 책에 나온다.

 

일곱개의 태양이 떠서 가뭄이 들 때에, 에르히 메르갱이라는 자가 자기가 일곱 개의 태양을 모두 활로 쏴서 떨어뜨리지 못한다면 엄지 손가락을 잘라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스스로 복선을 넣고, 자멸하는 타입이다.)

여섯 개의 태양까지 모두 떨어뜨린 후에, 일곱번째 태양을 향해 활을 쏘는 순간 제비가 지나가 제비 꼬리를 맞고 활이 떨어지게 된다.

분노한 에르히 메르갱은 자기가 타고 있던 말의 다리를 베어버리고(아니, 말 무슨 잘못...),

자기 엄지손가락을 베어버리고 땅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 때부터 제비 꼬리는 두가닥으로 갈라지고, 다리가 없어진 말은 들쥐가 되었고(?),

에르히 메르갱은 손가락 네개짜리 타르박이 되었다고 한다.

에르히 메르갱의 태양을 노려보는 습관이 아직도 남아서 타르박이 가만히 서서 태양을 노려본다고 한다.

에르히 메르갱이 잘못 쏘아올린 작은 화살로, 말은 쥐가 되고 제비는 꼬리가 찢어졌다. 에르히 메르갱 인성 실화냐?

 

에르히 메르갱씨의 인성 교육은 덜 됐지만, 타르박은 귀엽다.

하지만 한 때 흑사병을 옮기고 다녔던 어쩔 수 없는 설치류라고 하니 조심.

 

욜링암에서는 왠지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다니고 싶은 기분이 든다.

(↑과하게 즐거워하는 타입)

 

그래서 마기한테 몽골 동요하나를 알려달라고 했다.

7세 동요로 시작해서, 4세 동요로 내려갔다.

몽골어 너무 어려워.

완곡은 못하고, 두 소절 정도 웅얼거리며 부를 정도로 외웠다.

차에 들어가서 감바 아저씨한테 들려주니, 재밌어 하면서 웃는다.

자국의 4세 동요를 반 밖에 못 부르는 29세 외국인은 재밌을 수 밖에 없다.

 

욜링암 초입이자, 출구 쪽에는 화장실이 하나 있다.

이제까지 봤던 간이 화장실 중에 가장 훌륭하다.

나는 훌륭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Day4-2. 유목민 게르 캠프에 온 걸 환영해.

 

전날의 여행자 캠프의 악몽이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의 게르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치만 가야만 했다, 유목민 게르.

이 황량한 몽골 땅에 마기 말을 듣지 않고 버려지면, 국제 미아도 못되기 때문에 왠만하면 하자는 대로 함.

 

근데 이 유목민 게르에서 몽골 여행의 정수를 맛봤다.

Day4. 가장 좋은 날이었어.

 

인당 5,000투그릭을 내면 샤워를 할 수 있고, 낙타도 탈 수 있다.

마기가 도착하자마자 낙타를 타면 햇빛이 뜨겁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는 Sand dune에서 석양을 보고, 내일 아침에 낙타를 타는게 어떻겠냐고 한다.

국제 미아가 되지 않으려면 말을 잘 듣는 편이 좋다.

 

저녁밥을 먹기 전까지 자유시간을 가지라고 하길래, 낙타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4만5천원짜리 셀카봉이 진가를 발휘하는 하루.

꽤 괜찮은 사진을 많이 찍음.

(삼각대 있는 애들인척 아이폰 타이머로 사진 찍음)

 

 

 

 

 

 

저녁 밥으로는, 염소고기로 허르헉을 해주겠다고 했다.

물을 조금 부어서 끓이고, 양배추/감자/당근 같은 야채를 조금 넣고 염소고기를 넣은 후에 소금을 뿌린다.

그리고나서는, 화로에서 돌을 꺼내서 고기 사이에 넣으며 익히는 방식이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허르헉

 

 

염소 고기는 오래 놔두면 질겨지기 때문에 빨리 먹는 편이 좋다.

근데 양이 너무 많아서 밥은 조금 남겼다.

남겼서 가져갔더니, 마기가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Day4-3. 모래 언덕을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돼.

 

저녁이 되자 홍고르 모래 언덕에 올라가기로 했다.

마기의 회사 동료이자, 투어 일정이 겹쳐 같이 유목민 게르에 있는 다른 가이드 친구도 함께 가기로 했다.

소란스럽지만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자기가 가이드하는 사람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보드를 가지고 우리 프루공에 올라탔다.

샌드보드를 타러 간다고 했다.

마기랑 동갑이거나, 마기보다 더 어리거나.

마기보다는 조금 더 어린 티가 나는 친구였다.

 

모래 언덕을 향할 때, 사실 조금 설렜다.

진짜 책에서 보던 모래 사막을 보는구나 싶어서, 얼른 올라가야지 했는데.

설렜던 나, 쥐어박고 싶다.

 

지면에서 걸을 때는 체중을 밀어주는 단단한 바닥이 있기 때문에 딱히 힘든 걸 모르는데,

모래 언덕을 오를 때는 밟는 즉시 땅이 밀린다.

개힘들다는 뜻이다.

마기 친구는 단숨에 올라갔고, 마기는 우리를 조금 기다려주면서, 그리고 별이, 나, 언니 차례였다.

이게 뭐냐면, 나이 순입니다. 나이 순.

체력이랑 나이랑 비례함. 내가 앎. 우는 거 아님. 암튼 앎.

 

친구처럼 센스있게 가이드를 잘 해준 마기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몽골 와서 몇 방 찍지도 않은 인스탁스 미니를 가지고 올라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선물은 사오는게 제일이구나.

그 사진을 찍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인스탁스 미니 천근만근이라서 밑으로 집어 던지고 싶었는데, 사랑하는 사촌오빠가 준 거라서 겨우 참았다.

올라가면서 사진이고 뭐고, 모래 사막 다 뒤졌으면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우리가 택한 건 가파른 지름길이고, 약간 돌아서 편하게 느리게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이미 석양을 보려면 시간이 너무 늦었기 떄문에 가파른 길로 간 거라고 한다.

 

죽을 똥 살 똥 올라가니까, 영어권 국가에서 온 할아버지가 "You're too late." 이라고 말했다.

석양을 보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건데, 해는 아직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할아버지 혹시 나 알아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숨좀 고르려니까,

그러더니 왜 그렇게 힘들어하냐며 "Isn't it easy?" 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내가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걸 감사히 여겨야 해.

안그랬으면 멱살 잡았다고...

 

(힘들다...)

(두번 다시 안해)

 

석양은 멋있었다.

한번쯤 꼭 봐야한다.

그런데 두번은 아니다. 저 길을 두번 오를 순 없다.

 

아주 애석하게도 넷이서 인스탁스 미니로 사진을 찍었는데, 얘가 모래를 너무 많이 먹어서 사진이 안나온다. (빡침)

이즌잇이지할아버지가 찍어줬는데, 그 할아버지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들어.

 

별이랑 인스탁스 미니의 장례를 지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마기가 분명 가지고 내려가면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버리지 말라고 했다.

그치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넷이서 기념 사진 하나는 남김.

서양인, 특히 서양인 남자는 사진을 기가 막히게 못찍는다.

하지만 이것은 이즌잇이지할아버지의 단 하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더 쉬웠다.

(별아, 언니 먼저 갈게. 좋은 생이었어)

 

내리막길은 정말 뛰어서 내려갈 수 있는데, 뛰어서 내려가다 굴러도 별로 안아프다.

그래서 나는 굴러서 내려감.

 

이미 올라가면서 충분한 운동을 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상태라서, 굉장히 즐겁게 내려갈 수 있었다.

중간에 요가도 함.

 

항상 감바 옆 조수석 자리는 마기의 자리였는데, 마기가 조수석에 앉고 싶은 사람은 앉게 해준다고 했다.

(샌드보드 타는 친구랑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셋이 가위바위보 해서 내가 이김.

조수석... 조수석 완전 멋있다. 앞이 탁 트여서 다 보인다.

하지만, 권력의 맛은 너무 짧았습니다.

 

Day4-4. 드디어 봤어, 몽골의 밤 하늘.

 

사람들이 몽골에 왜 가냐고 할 때, 사실 별로 이유는 없었다.

근데, 그냥 그럴싸한 대답이 필요해서, "밤하늘이 예뻐서요." 라고 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반 천체부 활동을 했었는데, 강원도 밤하늘도 예쁘다.

특히 홍천 쪽 별마루 천문대나, 천문인 마을, 우리별 천문대가면 전문 장비를 가진 일반인들의 행성 사진도 볼 수 있다.

 

정말 객관적인 마음으로, 강원도랑 몽골이랑 어디가 더 예뻐? 하면, 대답 못하겠다.

사자자리 유성우 떨어질 때 강원도에서 본 밤하늘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이번에 몽골에서 홍언니랑 별이랑 돗자리 위에서 누워서 본 밤하늘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은 점은 몽골 밤하늘을 볼 때는 밝은 달 외에 광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들여다보면 볼 수록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별똥별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중간에 우리 옆으로 마기가 와서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별똥별 보는 방법도 알려줬다.

2분만 집중해서 한곳만 보고 있으면 거기서 떨어진다고 하는데, 2분 알람 맞췄는데 안 떨어짐.

근데 진짜 집중해서 한곳을 보고 있으면, 그 부근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귀여운 발사진도 찍음.

여기서 별 보면서 잠들고 싶었는데, 밖이 너무 추워서 게르로 들어갔다.

샤워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아서 모래모래한 머리와 옷으로 그냥 잠들었다.

그리고, 이틀 동안 계속 머리에서 모래 나옴. 모래 모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