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ler/몽골여행기(17.07.29~08.05)

Gobi Tour _ Day8. 몽골항공,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Day8. 몽골항공,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Day8-1. Drop off Service 그게 뭐죠, 먹는건가요?

몽골에 있으면서 몽골이 후지다고 생각했던 건 별로 없었다.

국영백화점도 묘하게 촌스럽지만 세련된 구석이 있었고, 화장실 같은 건 세계 곳곳에 얼마든지 구린 화장실이 있으니까.

근데 투어 동안 간헐적으로 나를 빡치게 한 건 확인이 제대로 안되는 예약과 몽골 항공.

이제까지의 아름다운 기억은 접어두고 욕을 좀 시원하게 해봐야겠다.

 

Day7에 첫날 봤던 오워를 보고 나서 우수에 젖어있다가 번뜩 머리를 스치는 숙소 예약 확인.

그래서 조금 더 의사소통이 잘 되는 마기에게 우리 마지막 날 숙박 확인을 부탁했다.

마기가 확인해주고 나서 안심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 담당 청년이랑 숙박부에 이름을 확인했다.

'여기 적힌 이름 맞죠?' 라고 물어보는데 라이트한 빡침이 밀려왔다.

Day1에 도착하자마자 내 예약이랑 헷갈려서 Pick up이랑 방 날려먹을 뻔했던 그 사람 이름.

아, 그만 좀 헷갈렸으면.

2015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약 천만명의 김씨가 있다.

우리 집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언니 나 여섯명 중에 다섯명이 김씨다. 할머니 빼고 다 김씨.

판공상시사공파 26대손 청풍Kim으로 예약 받아줄 거 아니면 First name확인을 좀 해줬으면.

확인하기 쉬우라고 영어 이름을 써주는데 왜 굳이 Kim으로 확인하고 몇번이나 헷갈리는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헷갈릴 수 있다고 넘어가고, 다음 날 Drop off 받을 시간을 알려줬다.

운전 기사에게 줄 삼만오천투그릭을 준비하라길래 알았다고 했다.

방 키에 대한 Deposit $2 포함해서 $40지불하고 방으로 왔다.

그리고서 쇼핑하기 전에 삼만오천투그릭을 빼놓고 얘기하다보니, 우리 Free Drop Off 받기로 하지 않았나? 하고 별이 말한다.

그래서 메일 확인을 다시 해보니까 Free drop off라고 쓰여있다.

그럼 내일 아침에 확인하겠노라하고 잠에 들었지.

 

 비행기가 8시 45분이기 때문에 혹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6시에 출발하기로 미리 얘기를 했다.

키도 반납해야하고, Free drop off도 다시 이야기해야하니 본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벨을 누르니, 아주머니 한분이 나오신다.

도요타 프리우스를 모는 운전기사 아저씨도 도착한 것 같다.

이 아주머니한테 Free drop off에 대해 설명하면서 메일을 보내주니까 운전기사한테 Free뭐라고 말을 건낸다.

그러니까 운전기사가 고개를 저으며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

안타깝게도 이 아주머니와 운전기사 둘 다 영어를 못한다. 한국말도 못한다.

3만 5천 투그릭이래봤자 한국 돈 만오천원 정도니까 그냥 가기로 한다. 투그릭 가지고 있어봤자 뭐해.

다행히 운전기사는 친절했다.

그리고 나는 키를 돌려줬지만, 키에 대한 Deposit 2달러를 되돌려받지 못했다.

 

이런식으로 멍청 비용만 얼마를 쓴 건지 모르겠다.

다짜고짜 픽업도 안나오고, 택시 운전기사한테 바가지 쓴거, 게스트하우스에서 까먹은 비용들만 다 합치면 50달러 정도 된다.

 

투어 내내 행복했던 기억에 홍언니랑 별이랑 다음 여름에는 북부나 서부 투어를 또 하자고 이야기 했는데,

게스트 하우스의 기이한 행동과 맛없는 맥주에 대한 기억이 더해져서 차라리 네팔을 갈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Day8-2. 몽골항공,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몽골항공을 선택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시간대.

당시 대한항공의 도착시간과 출발시간이 너무 늦는데, 울란바타르의 치안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니까 해가 떠있을 때 오가자는 목적으로 몽골항공을 예약했는데..

몽골항공은 하드웨어가 구리고 서비스가 구리고, 센스가 구리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좀 과한 편이라 그런 서비스를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LCC도 아니면서 왜 그러는거죠...?

 

일단 모니터가 없다. (하드웨어의 구림)

비즈니스에도 개인용 모니터는 없고, 맨 앞에 큰 모니터 하나가 달려있는데 선택의 여지 없이 틀어주는 영화를 봐야한다.

그 틀어주는 영화가 덤앤더머였음. (센스의 구림)

뭔가 굉장한 절약이 필요했던건지, 이코노미에 있는 공용 모니터도 몽골항공 로고로 칠해버려서 간판으로 쓰고 있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모니터를 영영 못쓰게 만든 터프함...너무 멋지다.

 

몽골에 갈 때는 운 좋게 비즈니스 업그레이드가 됐는데, 어차피 운좋아서 공으로 받은 서비스니까 딱히 토 달려고는 안했는데,

발 받침이 고장나서 그냥 감.(하드웨어의 구림2)

그래도 등받이 고장난게 아니니까.

그리고, 비즈니스 업그레이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내식은 여유분이 없었는지 이코노미로 줬다.(센스의 구림2)

밥이야 이코노미로 줘도 내가 산 티켓이 이코노미니까 할말 없다지만,

뭐가 그렇게 바쁜지 물 달라는데도 안주고, 커피도 안주고.(서비스의 구림)

이럴 거면 그냥 이코노미에서 커피도 마시고 물도 마시면서 가고 싶었다.

 

몽골항공은 승무원들에게 뭘 요청을 하면 세 번 정도 말해야 한 번 들어줄까 말까다.

이륙 전에 기내가 너무 추워서 담요를 달라고 요청을 했더니,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하는 말을 듣고 잠들었는데, 이미 바깥은 풍경은 구름이고, 허공인데 여전히 춥다.(서비스의 구림2)

세번 정도 다시 말하고 나서야 담요를 가져다줬는데, 착륙 25분 전에 '이불 주세여.' 하더니 가져가버렸다.(서비스의 구림3)

훔쳐갈까봐 걱정이 됐나보다.

훔쳐갈 마음도 없지만, 그런 마음이 있었더라도 한국이 34도여서 못 훔쳐갔을 것 같은데...

4시간 비행시간 동안 재차 부탁을 해서 3시간 담요를 덮고 있을 수 있었다.

먼훗날 내가 관에 들어갈 때는 꼭 제때 담요를 덮어주세요. 저승행 비행에서도 춥긴 싫으니까.(그땐 몽골항공 안탈거지만)

 

홍언니가 다음에 몽골에 오게되면 꼭 대한항공을 타자고 했다.

그래서 네팔항공을 타고 네팔에 가는 건 어떻겠냐, 아에로플로트를 타고 러시아를 가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보는데 못 들은 척을 했다.

얼마전에 칭다오 여행이 나와서 스카이스캐너 검색하면서도 자꾸 에어차이나를 없는 취급한다.

MIAT가 홍언니를 아시아나 충성고객으로 만들었다. 스카이팀의 엑스맨이 아닐까.

 

 

몽골을 떠나오면서 너무 아쉬웠다.

너무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딱 다섯명이서 다니면서 여유롭게 여행하는 것도 좋고, 동물들도 좋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너무 아쉬웠는데, 마지막 날의 이 모든 빡침이 날 쿨하게 만들어 주더라. 그거 참 고맙네...

 

요즘은 알타이 트레킹이랑 북부 홉스골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외 네팔이나 카자흐, 키르기스스탄 같은 여러가지 대안들은 있지만, 아무래도 언젠가는 다시 몽골에 갈 것 같다. (대한항공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