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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r/몽골여행기(17.07.29~08.05)

Gobi Tour _ Day7. 뜨겁게 안녕!

Day7. 뜨겁게 안녕!

 

Day7-1. 쉿, 산의 이름을 말해선 안돼.

 

몽골에서 두 번의 텐트 취침은 항상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깼다.

산 근처 야영지라 그런지 간밤에 야생동물 소리도 많이 들었다.

산 근처에서 야영을 하다보면, 야생 늑대나 뱀, 낙타 등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는데,

어떻게 하는게 조심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언니는 아이폰으로 책을 보고 나는 Ebook을 가져가서 별이가 심심할까봐 내가 보는 책을 읽어주려고 했다.

어차피 리디북스에서 Ebook을 몇개 사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매밤마다 같은 책만 읽었다.

해리포터라던가, 해리포터라던가, 해리포터..

그러다가 오랜만에 김영하 책을 펴서 심심한 별이에게 읽어주려 했다. 나는 n번째 읽는 책이니까.

그런데 첫 구절을 읽는 순간 별이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을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아니야, 별아. 그런 소설 아니야.

오해를 풀고자 계속 읽어주려 했는데, 다음 구절 읽고 나 역시 포기. 그냥 오해해.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그런 소설 아닌데......

별이는 머리 대자마자 3초 취침이라 먼저 잠들고, 홍언니와 나는 Ebook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차라리 계속 읽어주고 별이를 못 자게 하는게 나았을까...

몽골에서는 게르든 텐트든 밤에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게르에서는 전등이 없는 곳도 많고, 있어봤자 벌레만 꼬이기 때문에 해가 지면 바로 소등을 하는게 좋다.

우리는 이인용 텐트에 셋이서 나란히 침낭을 깔아두고 꼼질꼼질 잤기 때문에 그 안에서 뭔가 할만한 게 없다.

 

한밤중에 컹컹 짖는 멍멍이 소리가 들렸다.

언니한테 야생 멍멍이가 있나봐요, 했다가 야생에 멍멍이면 그건 그냥 늑대라는 결론이 다달았다.

그래서 내심 한번쯤 늑대를 보고 싶어서 텐트를 습격해주길 바랬는데...

(텐트 입구 쪽에는 별이가 누워있었으니까...)

늑대의 습격을 기대하며 잠에 들다가, 일어나보니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또, 새벽잠 없는 노인네처럼 일찍 일어나서 부스럭 거리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깨우고, 아침 먹을 시간쯤 되니 다시 졸려지더라.

 

울란바타르로 돌아가는 날이라고 나름 원피스를 입고, 세수도 깔끔하게 했는데 비가 계속 왔다.

비 오는 채로 Zorgol Mountain 초입까지 들어갔다.

 

몽골에서는 산을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에 산 근처에서는 응가도 안 되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도 안 되고, 산 근처에서 그 산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안된다.

그런데 우린 도착하자마자

'마기, 여기가 Zorgol Mountain이야?'

했다가 혼남.

 

마기는 조금 올라가볼 수도 있고, 아니면 앞에서 사진 찍고 바로 울란바타르로 출발할 수도 있다며 선택하라고 한다.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이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비가 오더라도 조금 올라가보자고 했는데 그러면 너네끼리 올라갔다 오랜다.

우리 좀 편해졌다?

오기가 생겨서 까짓거 우리끼리 갔다 온다고 하려는데 별이가 감바아저씨한테 '감바, 자~ 요이!' 한다.

 

몽골어로 '자~요이!' 또는 '요호이~' 하면 갈 준비 됐어? 하고 물어보는 것이고, 그러면 '요이요이' 하고 대답하면 된다. 가자는 뜻으로,

주로 마기가 '자~요이!'하면 우리가 '요이요이' 하고 대답하는 거였는데.

감바아저씨가 별이 얘기를 듣고는 빵 터져서 같이 올라갈 채비를 한다.

마기도 너네끼리 갔다오란 말은 농담이었는지 우비를 챙겨입고 올라갔다.

 

Zorgol Mountain 입구에는 원통이 걸려있는 구조물이 있다. 이름을 물어볼 생각도 안했네.

물론 사진 찍을 생각도 안해서, 있는 사진이라곤 이게 다다.

 

(정보전달의 목적 전혀 없음)

 

원통에는 몽골의 고대 문자로 복을 기원하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기도 읽는 방법은 모른다고.

그래도 좋은 내용이니 글이 쓰여져 있는 원통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돌린사람에게 복이 온다고 한다.

 

Zorgol Mountain은 회색 암석으로 된 산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매우 미끄럽다.

그러니 조심조심 올라가야 한다.

샌드 듄에서처럼 두 발 보다는 손을 앞발화시켜서 네 발로 올라가는게 조금 더 안전하다.

Zorgol Mountain쯤 오면 이미 서로의 치부는 볼 대로 봤기 때문에 네발로 걷는 것쯤은 전혀 창피하지 않다.

(제대로 감지 않아 엉켜버린 머리와 정수리 냄새, 모닝 브레스, 배설의 소리와 흔적 등)

대충 올라오면 등산 좋아하는 아빠의 카톡 프사 st.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찍고보니 조금 더 진취적인 스타일로 찍을 걸 후회가 되네.

욜링암은 꽃밭의 엄마, Zorgol 산은 산 위의 아빠 프사를 찍을 수 있다.

그치만 부모님과의 몽골여행보다는 조금 더 쉽고 평화로운 방법의 효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네 발로 올라와서 꿋꿋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한국산 쭈구리)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한 Zorgol Mountain의 트래킹은 금방 끝이났고, 이제 다시 몽골로 돌아간다.

 

Day7-2. 집에 가기 싫지만, 그 정도는 아니야.

 

7~8월의 몽골은 일출시간이 빠르고, 일몰시간이 늦기 때문에 별로 피곤하지 않다.

거기에 여행이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까지 더해지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도 차 안에서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내 깨어있었다.

3~4일 정도 포장도로를 구경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달리지 않아서 포장도로가 나오고, 그리고 아쉬운 마음으로 계속 창밖을 구경하다보니 첫날 들렀던 오워가 나온다.

 

(첫날 찍은 거임.)

 

오워로 돌아가서 세바퀴를 돌면서 돌림노래처럼 첫날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

 

이런저런 방문의 기회가 있어 짧게 여러나라를 여행 했던 적은 있다.

주로 일본이나, 싱가폴, 미국, 유럽의 도시들이었고, 더쿠의 심장을 강타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입맛에 맞는 락샤나 카야토스트 때문에 싱가폴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았었는데, 몽골은 전무후무한 스타일의 여행이면서도 다른 어떤 여행지보다 좋았다.

몇 군데 다녀보진 않았지만 베스트 여행지로 꼽고 싶다.

하루에 몇백키로씩 비포장도로를 달렸고, 하루에도 몇번씩 변하는 날씨를 보기도 했고, 고비지역이라도 푸르거나, 붉거나, 하얀 풍경을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특히, 유목민 게르에 있을 때 느꼈는데, 긴 시간동안 샌드듄이 있는 쪽으로 허공을 보고 있다가 다시 90도 돌아앉으면 너른 초원이 펼쳐진다.

나는 하나의 점인데, 다채로운 풍경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대자연의 모래알갱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 되게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직장과 수많은 덕질, SNS뻘글로 물든 머릿속을 싹 청소한 느낌. 아무 생각이 없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어.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더 격렬하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돌아가는 날까지 홍언니랑 별이랑 다시 돌아가기 싫다고 했다.

단순히 여행이 끝나고 일터가 있고, 책임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싫은 게 아니라 몽골 땅 자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돌아가기 싫었다.

(농담 삼아 블로그가 본업이고 서브가 직장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혹시 보고 계시나요, 저 열심히 합니다.)

 

포장도로를 들어서면 울란바타르가 금방이다.

그리고 쩌는 교통체증이 있다.

첫날에도 느꼈지만 여기 교통은 카오스.

n거리(n은 2보다 큰 정수)정도 되면, 헬게이트 오픈이다.

사람이든 차든 이 모든 혼돈 속에서 고고하게 자기의 길을 개척하려는 선구자들이 있다. 꺼져주라, 제발.

교통 법규에 한해서는 겁에 질린 염소나 양의 준법정신이 더 낫지 않을까.

 

게스트하우스 앞에 내려 마기와 감바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짐을 내려서 예약 담당자를 다시 만났다.

한국어를 잘 하지만, 존댓말은 잘 못하는 청년이다.

교묘하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기 때문에 뭐라고 딱히 지적하기도 그렇다.

우리도 어릴 적부터 애써 공손한 영어를 배워올 필요가 없었다.

 

"고비 어땠어요?"

"넘 좋아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또 가고 싶어요."

"그럼 몽골에서 살아. 몽골 남자 만나서 몽골로 시집와서, 몽골에서 살아."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비현실적인 말에 정착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반말로)제시해줘서 마음을 잘 접을 수 있었다. 고맙다.

 

 

Day7-3. 기념품 쇼핑

 

첫날에도 투어에 가져가기 위한 간식을 사기위해 국영백화점을 구경했다.

투어 시작도 전에 짐을 늘리는 건 안될 것 같아서 마지막 날로 쇼핑을 미뤘고, 드디어 기념품 쇼핑을 했다.

몽골에서 기념품이라고 살만한 건 캐시미어, 보드카, 슬리퍼, 각종 공예품, 그리고 초콜렛 정도(러시아산)

 

캐시미어는 가격이 꽤 괜찮은 편이라 엄마랑 남자친구를 위해 목도리를 샀다.

한국에서 만나서 주려니까 한낮 기온이 34도에 습도 최고치였고, 한번 둘러보란 말에 학을 뗴는 표정 또한 볼 수 있었다.

형식적인 고맙단 말과 함께. 겨울까지 기억해놔야겠다. 동짓날 8:00AM에 '캐시미어 목도리 고맙단 말'로 알람맞춰놔야지.

 

꽤 괜찮고 촉감 좋은 캐시미어 목도리는 60,000~90,000투그릭 정도 한다. 한국 돈으로 삼사만원 정도.

그리고 캐시미어 스웨터나 모자 같은 것들도 촌스럽지 않게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으니 사볼만 하다.

다만, 몽골 여행의 성수기와 한국의 혹서기가 일치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괜찮아. 알람 맞춰놓고 겨울에 고맙단 말 들으면 돼.

 

안타깝게도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 아마 몽골 선교에 온 교회 무리들과 겹쳐서 첫날 찜꽁해두었던 낙타와 양 인형들은 모조리 없어졌다.

게다가 계산을 하기 위한 줄도 너무 길어서.

그나마 공예품이라고는 이런 것만 남았다.

(바나나보다는 그... 아니다.)

 

그 와중에 몇개 건진 건 모빌과 게르 모양의 귀여운 마그네틱.

설표는 몽골의 야생동물이라고 해서 욜링암 핸드메이드 기념품 샵에서 샀고,

게르모양 마그네틱은 국영백화점에서 샀다.

(햄릿이라고 쓰여져 있는건 Vixx의 KEN인데, 신도림 디큐브로 뮤지컬 햄릿 보러가서 사옴^^*)

(내새끼도 보고 가세요)

 

낙타 인형은 국영백화점보다 욜링암 핸드메이드 기념품 샵이 훨씬 좋다.

가격도 그쪽이 싸고 퀄리티도 그쪽이 좋다.

(좌: 티칸(핸드메이드), 우:국영백화점)

 

티메는 코에 꼬챙이도 꽂혀있고, 낙타 줄도 비슷하게 매어 있어서 낙타 인형계의 하이퍼리얼리즘파...

 

칭기즈칸 보드카도 살 수 있는데, 이 또한 별로 가격이 세지 않지만 비쌀수록 좋은 거라고 한다.

그래서 플래티넘으로 두 병 사와서 아빠한테 한 병, 사무실에 한 병 가져다 놨다.

난 이제 다신 보드카 안 마실거니까.

 

그리고, 친한 사람들을 위한 슬리퍼 등등을 살 수 있는데,

보드카나 캐시미어나 슬리퍼나 주로 겨울을 위한 선물이다.

겨울쯤 돼서 '아, 이거 누가 준거더라.'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꼭 알람을 맞춰놓고 생색을 내야한다.

 

초콜릿은 주로 러시아 초콜릿인데, 알렌카 초콜릿이 가장 유명하다. 사진은 없다. 누가 초콜렛 같은 걸 사서 사진으로 남긴담.

그리고 포장지가 비슷한 것 중에 곰이 그려져 있는 것, 낙타가 그려져 있는 것이 있는데 낙타가 그려진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나는 다 너무 달아서 주변에 나눠줬다.

 

오히려 투어 동안에 마기가 가져왔던 Jacobs 알커피가 맛있어서 작은 병을 하나 사놨다.

몽골은 경치가 너무 좋아서, 맛이 없었던 맥주도 맛있게 느껴졌기 때문에 진정한 맛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국와서 먹어봐야 하는데 아직 먹어보질 못해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그래도 거기서 샀던 네스카페보단 Jacobs가 맛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사왔는데,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별이랑 홍언니도 아직 기념품은 풀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초콜렛 주변 사람 나눠주고, 큼직한 짐을 정리하고 찔끔 찔끔 사왔던 마그네틱이나 인형 같은 건 아직 짐 속에...

그래도 분명 나중에 열어보면 좋은 추억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