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ler/몽골여행기(17.07.29~08.05)

Gobi Tour _ Day2. 여기가 다 내 화장실이야.

Day2. 여기가 다 내 화장실이야.

 

Day 2-1. 투어 시작_ We can be a good team!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금 더 누워있다가 갈 준비를 했다.

평소 회사갈 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오전 중국어 수업을 듣기 때문에 5시 50분 ~ 6시 10분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난다.

약 6시간 정도 자면 상쾌하게 일할 수 있는데 (다른 안 상쾌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몽골과 서울의 시차를 생각하지 않고, 6시 40분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보니 5시 40분이다. 개이득ㅋ

울란바타르는 서울시+1이다.

샤워는 밤 늦게 하고 자서 세수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지.

세면실 안에 먼저 일어난 별이가 양치하고 있나 해서, 노크를 하니까 문이 열린다.

삼각 빤스를 입은 뽀글이 서양인이 문을 열어준다.

황급히 Sorry. 하고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엎드려 징징댔다.

아니, 노크를 했는데 안에 사람이 있으면 노크로 화답하면 되는데 왜 문을 열어줘?

그렇게 문이 열고 싶었으면, 옷이라도 걸치시던가요...

안 본 눈 삽니다.

삼각 빤쓰 안 본 눈 삽니다...

 

징징 대고 있기 아까워서 열심히 짐을 싸서 나가니, 스타렉스 한대와 프루공 한 대가 대기 중이다.

프루공을 타고 오프 로드를 달리면, 경추와 요추의 위치를 다 알게 될 것만 같아서 제발 스타렉스가 우리 것이길 빌었다.

다행히 스타렉스 우리꺼ㅋ 현대차 만세ㅋ

책에서 읽은 바로 프루공은 러시아 군용 차량으로, 차가 힘도 세고 구조도 간편해서 수리가 쉽다고 한다.

그도 그럴게 뒷좌석에서 대충 봐도, 전자식으로 움직이는 건 하나도 없다.

다 기계식으로 되어있다.

와이퍼도 딸깍 하고 스위치를 돌리면 돌아가게 되어있다.

투박하지만 힘센 친구.

하지만 승차감은...

 

예전에 아이폰을 쓰기 전에 블랙베리 클래식을 썼다.

한국에서는 이미 팔지도 않을 시기라서 직구까지 해서 유심만 껴서 썼다.

쓰는 동안 물리키도 예쁘고, 뭔가 프로페셔널해보여서 만족했는데 그게 다였다.

운전자에게 프루공은 좋을지 몰라도, 탑승자에게 프루공은 블랙베리같은 거다.

예쁘고 사진 잘 나오는데, 그게 다인거.

 

우리 가이드는 젊은 청년 마개.

몽골 이름으로 먼저 소개를 해줬는데, 몽골 이름은 들었지만, 들은게 아니었다.

그저 거친 숨소리를 들었을 뿐.

그 친구도 별 기대 안했는지, 너무 어려울테니 그냥 마개라고 부르란다.

코르크 마개... 병 마개... 마계...

아, 암튼 잊을 수 없는 이름. (근데 이 마저도 사실 틀렸음.)

미국에서 몇년 프로젝트를 한 적 있다고 했고, 영어가 매우 유창했다.

운전기사인 오기아저씨도 한국에서 4년 정도 일한 적이 있다고 해서 한국말도 곧잘 하셨다.

뭔가 귀여운 매력이 있으신 분.

그래서 언어에 장벽 없이 그때 그때 편한 언어를 써가며 소통할 수 있었다.

차에 올라타고, 마개 청년이, "We can be a good team."이라고 말해줬다.

맞아, 우린 좋은 팀이었다.

인상깊은 캡틴의 첫마디와 달리 언니랑 나랑 별이는 스타렉스 출발하자마자 맥주를 깠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유흥의 민족 아닙니까.

 

야무지게 인증샷도 찍음.

다들 신이나서 맥주를 맛있게 먹었다.

투어 중간에 마신 맥주들은 다 맛있었는데, 특히 저게 제일 맛있었다.

근데 투어 끝나고 같은 맥주를 사서 마셔봐도 똑같은 맛이 안난다.

그냥 카스 같고, 하이트 같다. (=맛없다.)

투어 끝나고 홍언니가 그랬다.

정말 좋은 나라지만, 맥주가 맛이 없어서 재방문이 고민된다고.

카스 같고, 하이트 같다.

카스 같고, 하이트 같고, 점점 밍밍해지는 클라우드 같다.

딱히 과자를 먹으며 배채우고 싶지 않아서 맥주에 귤만 까먹었는데, 중간에 주유소에 내린 김에 마개가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분명 우리가 샀으면 맛이 없었을텐데, 맛있는 걸로 엘리트하게 잘 골라줬다.

맥주 마시고, 아이스크림 먹고, 스타렉스로 달리면서 잠들만 하면 내려서 휴식을 취하며 평원을 구경했다.

차를 달리면서 눈을 뜨면 보이는 풍경들이 끝없이 펼처진 평원이거나,

차 앞에서 당황한 말, 소, 염소, 양들이거나.

귀여웡.

 

몽골 가축들은 길도 잘 건넌다.

다만 차가 접근하면 당황해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애들이 있다.

그래도 우리 운전기사 오기 아저씨는 실수도 없이 얘들을 잘 비껴나간다.

울란바타르 시내를 벗어나면 모든 도로가 2차선으로 되어있다.

그거라도 감사해야하는게, 이제 그 도로를 벗어나면 더이상 포장도로를 만날 수 없다.

포장도로가 있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비포장이기 때문에 몽골이랑 더 잘 어울린다.

말이랑 소한테 포장도로가 왜 필요하겠어.

 

단위 면적당 인구 수가 대전보다 적다고 한다.

한 사람당 점유 면적이 가장 넓은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하는데, 이해가 간다.

비단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들한테도 몽골은 넓고 자유롭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너그러운 편이다.

 

Day2-2. 안전한 여행과 로또 당첨...을 기원하며!

 

달리면서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곳에 멈췄다.

마개가 잘 설명해주긴 했는데, 몽골식 발음은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알아듣기도 어렵고, 제대로 알아듣고도 한글로 표기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책을 찾아보니 '오워'라고 한다.

(몽골에서 사진은 대충 찍어도 다 색감이 잘 잡히고, 잘 나오는데 대부분 다 평원이다 보니까 수평이 안맞으면 나중에 보기 싫어서 지워버리게 된다. 수평 안맞은 사진에 대한 변명이다.)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이 곳을 시계방향으로 세바퀴 돌면서 안전한 여행과 소원을 기원한다고 한다.

나중에 Zorgol Mountain 초입의 행운을 기원하는 통을 돌리면서도, 술 따르는 방향에 대해서도 마개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몽골의 모든 것은 시계방향이라고 한다. 고도리방향 그런 거 없ㅋ성ㅋ

안전한 여행, 그리고 기원.

여행과 기원.

아...

단순히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기에 우린 너무 세속적이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단 생각에 셋이서 신나게 로또 당첨을 외치며 돌았다.

우리가 나쁜 거 아니야.

우릴 이렇게 만든 세상이 나쁜거지, 우리가 나쁜 게 아니야.

자본주의가 잘못했어.

 

세속적인 마음으로 시계방향으로 로또를 외치며 세번 돌고, 본능에 충실하고자 화장실을 갔다.

근데, 화장실이.

이거는 내가 수평을 잘못 맞춘게 아니라 진짜 화장실이 저렇다.

아니, 아무리 수평을 잘못 맞춰도 저렇게 기울어지면 안돼.

 

홍언니는 자연의 화장실을 선호하고,

나는 자연의 화장실이 1순위, 푸세식이 2순위

별이는 그래도 벽이라도 막혀져 있는 화장실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여기 화장실은 조금 위험해 보였다.

땅은 엄청 깊이 팠는데, 간격은 너무 넓어서, 근데 이와중에 명중률이 낮은 사람이 너무 많았어.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적당한 돌무더기 뒤에서 일을 봤다.

투어 시작 3시간 만에 화장실 적응은 완료됐다.

우리가 문명화가 덜 된게 아니라 그 화장실이 나쁘다.

우리가 나쁜게 아니야.

 

암튼 자연의 화장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나중에는 셋이 이 시간을 즐기는 법도 깨달았다.

 

셋이서 번갈아가면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근처 벽에 멍멍이가 있었다.

홍언니랑 나는 덕후다.

맥주덕후, 동물덕후.

그래서 살짝 어그로를 끌었더니, 자고 있는 개가 꼬리치며 달려온다.

 

너무 귀엽긴 한데, 몽골의 개는 조심해야 한다.

마개가 얘는 괜찮은데 일부 강아지들은 사람을 보면 공격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얘도 그렇고, 마을에서 만나는 개들도 그렇고, 사람한테 호의적이지만 습관적으로 무는 것 같다.

손을 내어주면 핥기보다는 물기를 먼저 한다.

나중에 책을 찾아봤는데, 광견병 접종이 안되어 있는 애들이 많아서 만지고 나서 꼭 손을 씻어야 한다고.

여행 갈 때는 나중에 책을 찾아보는게 아니라 가기 전에 읽고 가야된다.

 

Day2-3. 점심식사부터 양고기!

홍언니랑 나랑은 동물 덕후인만큼 동물로 만든 음식도 좋아ㅎ..?

둘 다 남의 살을 좋아한다.

양고기도 좋아해서, 몽골에 오는 것도 절대 망설임이 없었음.

별이와 홍언니의 첫만남이 양꼬치였으니까!

결론적으로 점심은 맛있었음.

게르 옆에 작게 식당처럼 붙어있는 곳에서, 가이드들이 요리를 해줬다.

처음에는 일정이 겹치는 한국인 세명이 있어서 하루 정도는 같이 다녔다.

아마 나랑 같은 시기에 들어온 Kim이겠지....

그래서 그쪽 가이드와 운전기사, 일행까지 총 열명이서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했다.

마개를 포함한 가이드들이 만들어준 샌드위치와, 식당 주인이 만들어준 양고기 튀김인데, 역시나 몽골이름은 너무 어려워서 모르겠고,

(호...뭐였는데, 듣다가 포기)

안에 저렇게 볶은 듯한 양고기가 들어가서 튀긴 건데, 진짜 맛있게 싹 다 먹음.

근데 오이 필수. 햄이나 고기나 간이 좀 짠 편이라서 샌드위치 안에 들어있는 오이를 진짜 맛있게 먹었다.

함께 곁들인 차는 몽골 밀크티인 수태차다. 수태차도 못 알아들을 뻔 했는데, 한국에서 일한 적 있는 오기 아저씨가 말해주니 잘 들림!

분명 밀크티인데, 느끼한게 싹 내려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Day2-4. Baga Gadzrin Chuluu_술 마시기 개쩌는 풍경

 

Baga Gadzrin Chuluu= Land of small rocks 라고 한다. 돌로 된 산이 있는 곳인데, 이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처음으로 마개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시원하고 작은 동굴이었다.

이 때까지는 다른 일행들과 일정이 겹쳐서인지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동굴에도 모여있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사춘기 외국인 남자애가 오더니, '요기는 내 집이야' 하고 소리지르고 동굴 깊숙하게 들어갔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나오는 꼴이 너무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귀신 들린 애 같아서 안가려고 했다.

우리 가이드도 딱히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지 않아서.

근데 한국인 일가족들이 나오면서 어머님 한분이 안에 너무 시원해서 좋다고, 한번 들어가보라고 적극 권해주셔서 들어갔다.

땅 속이고, 해가 안 드는 곳이니 들어갈수록 시원하기는 하다.

근데 천장이 갈수록 낮아져서 개처럼 기어서 들어가니 딱 우리 세사람 있을만한 장소가 있다.

그래서 거기서 사진찍음.

우리 모두의 인권을 위해서 모자이크와 블러를 모두 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신남이 전해진다.

왜 신났는지 당최 모르겠지만 저기 기어서 나오다가 완전 빵터짐.

근데 그 와중에 별이가 동영상 찍고 있어서 다 찍혔다.

고마워 별아. 나 정말 신나보인다. 왜 저렇게 신났지.

왜 웃겼는진 모르겠는데, 암튼 들어갔다 나오면 웃기다.

 

너무 신나보이긴 한데, 동굴은 아주 극히 일부분이고 여기는 사진 찍을만한 곳이 참 많다.

돌 위에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고, 날씨도 좋아서 사진도 잘 나온다.

돌 위에서 각도만 잘 맞춰서 찍으면 포카혼타스처럼 찍을 수 있다.

역광을 잘 이용하면 이런 것도 가능 (모델은 별이)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예전 몽골 유적지가 있다.

영어로 설명을 들은데다가, 한국에서 술먹고 넘어져서 다친 발이 아직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에 한참 뒤쳐져서 걸으면서 설명을 들어서 사실 대충 들으면서 넘겼는데 러시아군과 몽골 간의 어떤 전쟁과 관련된 것이라고 들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니까 어떤 바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마개가 되게 진지하게 설명을 해줬다.

처음으로 집중해서 들은 설명이었는데, 알고보니 되게 유명한 문양이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몽골 국기에도 있다. 화폐에도 있다. 심지어 우리 차 내부에 있는 시트에도 그려져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기초 지식 없이 왔다.

처음 보는 것처럼 본적 없다고 말했는데 가이드 마개는 설명해주면서도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우리나라로 치면 태극마크 모르는 채로 온건데.

맨 위부터, 불과 태양, 그리고 달을 상징한다.

맨위의 불이 삼지창처럼 되어 있는 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안쪽 태극 마크는 우리도 그렇게 해석하듯, 음과 양을 나타내고, 남성과 여성, 그리고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를 상징한다고 한다.

물고기가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항상 경계하고 있다고.

그리고 양쪽의 기둥은 두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번째는 균형을 두번째는 러시아와 중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국경을 인접하고 있는데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닌 걸로 아는데, 두 기둥이 러시아와 중국이라길래 의아해서 물었다.

그럼 러시아와 중국이랑 몽골의 관계가 어떻냐고.

대답하지 않고 웃는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랑 일본 같은 건가봐.

 

여기까지 설명해주고, 마개는 우리만의 시간을 줬다.

센스있는 청년.

 

여기가 진짜 좋음.

셋 다 약간 느긋한 편이라 다른 관광객들이 떠날 때까지 누워있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창문이 없는데, 햇빛 한 줌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너무나도 넓은 하늘을 만나니까 자꾸 눕고 싶더라.

마개가 저녁 먹으면서 엄청 웃었다. 왜 사무실에 창문이 없냐고. 나도 묻고싶다. 왜 없는거죠, Boss?

셋이서 누워서 바위 구경, 하늘 구경을 엄청 했다.

다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평화롭고 조용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여기 누워서 한숨 자고 싶어. 여기서 자고 갈래. 할 정도로 너무 좋았어.

 

적당히 쉬고, 마개랑 같이 내려가서 그 전에 있던 장소 근처로 갔다.

들어보니, 우리는 오늘 여기서 텐트를 칠거라고 한다.

오예, 진짜 자고 간다!

마개가 음식을 준비하고, 오기 아저씨가 텐트를 준비한다.

셋 다 음식을 도와주는 건 영 자신이 없어서, 텐트 치는 걸 도왔다.

그리고,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조심스레, 'Do you want me to help?' 하니까, 거의 끝났다고 한다.

사실 그런 것 같아서 물어봤어.

요리를 뚝딱 뚝딱 잘 해낸다.

우리가 첫날부터 고기 먹으면 소화를 못할 것 같다고, 야채를 잘게 썰어서 파스타를 해줬다.

조금 짜지만 맜있어.

기분 좋게 밥 먹으면서 보드카도 깠다.

뭐든 시작이 좋아야하는 법이니, 골드랑 플래티넘 중에 플래티넘을 깠다.

사실 차이는 모르겠다. 매우 독하다.

너무 독할 것 같아서 토닉워터를 사와서 타 먹었다.

근데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토닉워터는 버리는 걸로.

밥 먹고 나니 술이 조금 부족해서 과자랑 귤도 깔았다.

그리고 또 귤만 먹었다.

귤만 먹는 이상한 애들이라고 생각했겠지.

근데 우리 깔 줄 알는게 귤 밖에 없었어.

오기 아저씨는 한국에서 있을 때 이 보드카가 종종 생각났다고 한다.

소주도 괜찮지만 이게 땡기는 날이 있었다고.

너무 독해서 다섯이서 반병 조금 넘게만 마시고 끝냈다.

보드카가 너무 독하긴 한데, 그렇다고 이 풍경을 그냥 둘 수는 없다.

얼마나 멋있냐면,

구름이 있냐 없냐에 따라 평원의 색깔이 바뀐다.

빛이 비추는 곳은 밝은 녹색이고, 구름이 있는 곳은 어두운 녹색이다.

그래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올라가서 맥주를 마셨다.

화장도 대충 닦아내고, 렌즈도 빼고 간이 세수도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올라갔다.

완전 멋있어. 여기는 안주가 필요 없다. 그냥 숨쉬면 된다. 바람이 안주야. 

 

진짜 이상한 건, 저기서 마신 저 맥주 맛있었는데 돌아가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먹으니까 진짜 핵별로.

너무 어두워질 것 같으니까 마개가 우릴 데릴러 올라왔다.

마개는 닥터드레 스피커를 가진 음악청년이다.

작년에 이 스피커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나도 알아, 덕후의 심정.

몽골의 여러 음악을 들려줬는데, 차에서 들려줬던 것들과는 다르게 꽤 트렌디한게 많다.

마개가 좋아하는 건 Big Gee라는 힙합 가수였다.

가사를 모르니, 하나씩 해석을 해주긴 하는데, 와닿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그래도 나중에 우리 다른 사람은 몰라도 Big Gee 목소리를 기억함.

조금 글로벌한 음악을 좋아했으면 공감할 수 있었겠지만, 몽골 음악만을 소개시켜줬다.

우리의 두유 노 싸이? 두유 노 박지성이랑 뭐가 달라.

(실제로 별이가 두유 노 싸이를 했고, 마개는 강남스타일을 안다고 했다.

 별이가 애국심에 물어본 건 아니고, 몽골 여행 이후 싸이 콘서트 계획이 있어서 자랑하려고 물어본 건데,

 그 질문 듣자마자 언니랑 나랑 너무 격하게 반응했어... 미앙, 별아)

 

구름이 조금만 적었다면, 쏟아지는 별밤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별은 잘 안보였다.

그치만 여름철 대삼각형을 봤다.

베가는 꽤 정확하게 보였고, 데네브와 흐릿한 알타이르가 보였다.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정수리 위에 있었다.

놀랍게도 이 별자리는 모두 쉬하러 가서 봤다.

이 넓은 들판이 다 내 화장실인데, 몽골인들은 산을 신성시 여기기 때문에 산 근처에서 쉬하면 안된다고 한다.

(응가도 안됨)

그래서 멀리 들판에 나가서 쉬했다.

약간의 별들과 함께.

그리고 텐트에 들어가서 잤다.

간밤에 비가 내려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잤다.

비 오는 소리 운치있을 줄 알았는데, 좀 무서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