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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r/몽골여행기(17.07.29~08.05)

1. 여행을 준비하다 _ 장소/동행/투어/비자

1. 여행을 준비하다.

 

 1-1. 장소 정하기 - 사막을 가자 !

 

모처럼 홍언니가 놀러왔다.

홍언니와 나, 둘 다 매우 즉흥적이다.

그 날 무슨 술을 마실지, 무슨 안주를 먹을지도 날씨와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여행의 계기는 매우 단순했다.

언니가 대전역에 내리자마자 훠궈에 칭따오를 마시고,

이자카야에 가서 하이볼에 고로케를 먹었고,

마지막으로 집에 가서 훠궈집에서 싸온 안주랑 과자에 다시 맥주를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둘이 같이 먹을 죽을 사서 뒹굴며 스마트 폰을 보다가 '여행가자!' 하고 결심했다.

 

여행의 후보지: 몽골, 라오스 티벳.

결정 기준은, 더 나이먹으면 가기 어려울 도시들.

 

라오스는 최근 꽃보다 청준 촬영으로 한국인에게 이미 핫한 여행지로, 블루라군을 가진 가평이라고 한다. 기각.

티벳은 매우 매우 매우 끌리지만, 개인 여행 금지로 단체 관광만을 받기 때문에 포기.

    - 홍언니와 나는 패키지 투어에 매우 적절치 못한 위장과 음주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남은 건 몽골인데, 그때까지 블로그와 웹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를 보니 몽골 초보자가 도전할 여행지는 두 개

 1) 고비 사막 투어

 2) 홉스굴 투어

 

직업 특성상 여름 휴가가 극 성수기로 정해져있고, 무리 없이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7박 8일 이상의 체류는 어렵기 때문에 둘 다 갈 생각은 못했다.

 

결국 물을 볼 것이냐, 땅을 볼 것이냐로 정하게 되었는데,

홍언니는 지리 더쿠, 나는 찬물이 싫어 고비사막으로 정했다.

 

1-2. 여행방법 정하기 - 현지 투어 가이드와 함께!

 

몽골을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정도가 있다.

러브 몽골 카페나 블로그에도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십분 정도만 투자하면 대충 정리가 되는데,

 1) 패키지 여행

     - 패키지로 갈 거면 티벳을...

 2) 버스&도보 여행

     - 우린 안될거야... 준비 못할거야... 국제 미아 될거야...

 3) 현지 게스트하우스&투어사를 통한 프라이빗/그룹 투어

 사실 젊은 사람들은 주로 3)을 선택한다.

몽골 현지에는 생각보다 한국말이 가능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한국말이 가능한 투어 가이드를 구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도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된다면 영어가 가능한 가이드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행을 미리 정해서 운전사 / 현지 가이드 / 2인 이상의 친구들의 조합으로 투어가 가능하다.

2인 이상이지만, 한사람씩 추가될수록 개인 부담금이 줄어듦.

 

※ 패키지 여행처럼 얽매이지도 않고, 미리 견적을 받을 때와 가이드와 조율해가면서 일정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여행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에서 느낀 단점은 딱히 없었는데, 가기 전에 여기저기 게스트하우스에 미리 컨택하여 정보를 받는 과정이 귀찮았다는 것 정도......

내가 걱정이 많았던 거지, 나랑 같은 일정으로 고비 투어를 했던 지인은 현지에 가서 게스트하우스랑 투어를 구해서 그룹 투어로 모르는 사람들이랑 다녔는데, 딱히 불편한 것 없이 다녔다고 한다.

쓸데 없이 내가 걱정이 많아서 여섯군데 정도 견적을 받아서 포함 내역을 비교하고 결정했는데, 그냥 간 사람도 잘 갔다고 하니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모집단은 무한하나 샘플링은 1개만 해서 신뢰도는 0에 수렴함.)

 

암튼, 다음 과정은 동행을 구하는 것.

역학에서도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삼각형이고,

모든 구전이야기에서도 셋째가 가장 현명하고,

세 번째 선택이 항상 옳기 때문에 적어도 3人 투어로 가기로 하는 거는 무슨,

3명은 되어야 개인 부담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동행을 하나 더 구하기로.

 

1-3. 동행 구하기 - 별, 함께 해!

 

홍언니와 나는 매우 즉흥적이다.

언니랑 나를 함께 아는 사람들은 이 투어에 참가시켜줄 수 없다.

그럴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둘이 예민하지 않고, 위생관념 철저하지 않고, 무던한 성격의 친구를 한명씩 구해오자고 약속했다.

즉흥적인 사람들이 늘 그렇듯 미래에 대해 굉장히 안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에 그냥 생각나는 '같이 여행가도 괜찮을 만한' 사람 두어명 에게 연락했었고, 별이가 수락했다.

 

홍언니와 나랑 별은 매우 즉흥적이다.

별이한테 몽골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 누구와, 왜, 얼마정도의 경비로, 뭘 보러, 어디로 가는지

정도도 잘 묻지 않았다.

아니, 물어보긴 했는데 대답도 성실하지 못했고, 그나마 전달했던 내용도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여행계획을 짤 때 셋이서 다시 홉스굴에 갈지 고비에 갈지 이야기했었으니까....ㅎㅎ

게다가, 한번 만나보지도 않고 2월에 셋다 비행기표 결제까지 끝냈고,

셋의 첫만남은 3월 17일이었다.

 

그냥 모두의 무신경함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나로써는 홍언니도 별이도 좋은 사람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더 걱정

 

   "너 괜찮겠어? 둘이 사이 안좋아지면 너 중간에서 고생할거야"

   - 괜찮아~ 난 신경안써.

   "아닐텐데..."

 

 이게 내 주위의 걱정이었고,

 

   "아는 사람들끼리 가도 싸우고 온다는데, 모르는 사람이랑 여행 괜찮아?"

   - 괜찮아~ 두번 만나서 밥 먹었는데 괜찮더라

   "아닐텐데..."

 

이게 별이와 언니 주변의 걱정이었다.

 

근데 전혀 걱정할 필요 없었다. (적어도 나는)

 

 1-4. 사전 준비 - 비자가 필요해?

 

무신경한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얼마나 무신경했냐면 다들 여행의 꿈에 부풀어 이것저것 링크를 공유하기도 하고

가끔 직장생활에, 공부에 지칠 때 몽골 여행 하나만 바라보면서 버티기는 하는데,

몽골에 입국할 때 비자가 필요하단 사실을 첫 만남에서야 알았다.

그러니까, 비행기표 결제 끝나고...

첫 만남에서 대략적으로 유명한 게스트하우스와 투어를 조사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일단 몽골하면 양고기니까, 양꼬치에 칭따오를 먹었습니다. 칭따오 마시쩡, 양꼬치 마시쩡.

밥을 먹었으니, 커피도 마셔야해서 스타벅스에 가서 음료도 마셨고. 차이라떼 마시쩡

그날의 성과는, 몽골에 들어갈 때 비자가 필요하단 걸 알았다는 것 (그리고 사당의 새로운 맛집)

3월 중순의 성과였는데, 실제 신청은 5월이 되어서야 했지만.

 

몽골 비자는 주한 몽골 대사관 비자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49 (1호선 용산역 1번 출구 도보 9분, 4호선 신용산역 3번 출구 도보 8분)에서 가능.

용산 주변에 맛집은 전멸이기 때문에, 숙대입구로 이동해서 먹는 걸 추천함.

 

별이는 경기도 거주자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서 하기로 하고,

실거주지가 충청 및 전라인 언니와 나는 둘이 만나서 비자 신청 하기로.

홍언니는 본가가 서울이고, 나는 본가가 인천이기 때문에 둘 다 올라온 김에 하기로 했다.

뭐 때문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회사가 쉬는 날이었고 둘이 만나는 김에 밥이라도 한끼 하려고...

 

10시부터 비자 신청 데스크가 열리는데, 9시 정도에 가서 먼저 번호표를 뽑아놓고, 아래층에 있는 농협에서 입금하고 명세서를 받은 다음에 기다리는 편이 좋다.

10시에 딱 맞춰서 가면 그때부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번호표를 뽑는게 우선이다.

 1) 번호표를 뽑는다. 

 2) 아래층 농협 ATM에서 비자발급 비용을 이체한다.

     - 일반비자: 만 오천원, 등기 or 방문 수령

     - 당일비자: 3만원, 10시에 잽싸게 해도 1-2시간 정도 소요되므로, 점심시간 이후 수령 가능)

 3) 비자 접수를 한다. (비자 찾을 때 수령하는 작은 카드를 주는데, 가지고 있다가 찾을 때 보여주면 된다.)

 4) 숙대 입구역으로 이동해서 밥을 먹는다.

※ 준비물: 여권, 여권사진(6개월 이내 찍은 사진으로 여권 생성이 6개월이 넘었다면, 여권사진과 달라야 함)

 

언니와 내가 정한 숙대 입구역 맛집은 구복만두(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10, 10:00-22:00 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둘 다 술먹지 않겠다고, 맥주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구복만두에 들어갔는데,

구복만두의 기본 메뉴 구복만두는 한쪽은 기름에 지지고 한쪽은 촉촉한채로 놔두는 전형적인 중국 군만두다.

이 만두에 맥주를 안 껴주는 건 죄악이다.

안타깝게도 구복만두에서는 주류를 팔지 않는데, 이 때는 근처 매그비스토어라는 맥주집에 포장해가서 먹으면 된다.

매그비스토어에서 권장하는 사항이라 포장해가서 먹으먼 맥주가 10% 할인이 된다고 한다.

매우 바람직하다.

왜냐면, 구복만두랑 같이 먹으면 맥주 진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언니랑 나는 몰라서 그냥 먹음.

그냥 만두 먹음.

그리고 오전이라서 문 연 맥주집 없음.

술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숙대 앞에서 병맥주 파는 카페를 찾아 헤맸고,

숙대 근처까지 다다라서야 카야토스트를 파는 카페에서 블루문 한병을 시킬 수 있었다. (한시간 헤맴)

카야 토스트에 맥주 마시면서, 시험기간의 대학생들을 봤다.

활기차보이기도 하고, 힘들어보이기도 한데, 딱히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대학 생활 너무 힘들었어.

직장 생활도 힘든데 대학생활은 돈도 없이 힘들었어...

 

다시 몽골 비자로 돌아와서

5) 점심시간 끝나면 창구에서 비자를 받는다.

비자 받는데, 딱히 어렵거나 까다로운 점은 없다.

왜 무비자가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적당한 시간을 투자하면 받을 수 있다.

 

구복만두와 맥주만 있다면 세번도 받을 수 있다.

 

 

1-5. 투어사를 결정하자 - 신에게는 6개의 견적이 있습니다 !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 뭐냐면,

크고 작은 사건에 견적을 받아서 (주로 2개 이상의 복수 견적을 받아서) 1안과 2안, 때로는 3안, 4안까지 장단점을 분석해서 윗분들이 납득할 만한 대안과 문서를 꾸미는 일이다.

이 일의 가장 좋은 점은 말단 직원인데도 어느 정도 선택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거고,

이 일의 가장 나쁜 점은 이해 당사자의 충분한 의견 공유 없이 진행될 경우, 필연적으로 욕을 먹는다는 거다.

나는 몽골 여행을 잘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내 동행들은 대안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까다롭게 굴지 않고, 작은 행복에 크게 기뻐하고, 닥친 불행에는 조금 덤덤한 편이다.

여행 중 맥주가 맛 없었을 때를 빼면, 서비스에 대한 빡침 지수가 가장 높았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여행은 이런 사람들이랑 해야한다.

 

여섯개 견적을 받았던 게스트하우스는,

Golden Gobi, ZAYA, Adventure Ride, Bata tour, Khongor, Camel Track.

* Bold 표기는 마지막까지 후보로 남았던 투어

 

견적 요청할 때 걸었던 조건은

  1) 영어 or 한국어가 유창한 가이드

  2) 고비사막 투어 일정 (5박 6일, 첫 1일은 울란바타르에 들어오는 일정&마지막 1일은 아침 비행기로 총 7박 8일)

  3) 우리 3인 外 다른 동행 없음.

 

각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일정은 거의 비슷했고, 금액은 어느정도 차이가 있었다.

또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제시한 견적에 Activity나 식사, 숙박에 대한 금액이 포함이 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봐야한다.

 

최종 후보는 Golden Gobi, Bata Tour, Adventure Ride

  1) Golden Gobi는 Early bird로 어느 정도 Discount가 있었고, 비행시간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일정을 짜줬고, 대응이 빠르고 좋은 편이었으며, 견적에 식사, 입장료, 여행자 캠프에 대한 숙박이 포함되어 있었다.

  2) Bata Tour도 카톡 연락이 가능했고, 애초에 연락할 때부터 한국어로 연락이 가능했기 때문에 간편했다. 음식이나 Activity도 다른 곳보다 다소 다양했다.

  3) Adventure Ride도 견적 내 포함 내역이 제대로 명시되어 있었고, 대응도 깔끔했던 편.

 

다만, 회사에서 수시로 개인 메일 열람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변동 사항이 있을 때마다 조정을 반영하기가 힘든데 Golden Gobi에서 그때마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일정 조정을 잘 해서 보내줬고, 다른 두 곳보다 견적 금액이 낮아서 선정함.

실제로 묵었던 숙소나 투어 자체에는 흠이 없었다.

문제는 공항 pick up, drop-off, 예약 확인 등의 문제였지...... 이 또한, 우리만 겪었던 문제일 것 같아서.

 

암튼 동행들이 만장일치로 Golden Gobi로 결정하고(사실은 모두, '전 어디라도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였지만.)

사당에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맛있었음.

 

* 그런데, 투어사 별로 크게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다음은 짐싸기 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