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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er/칭다오여행기(17.12.23~12.25)

[칭다오 여행기] Qingdao Day1. 일단 먹고 마시고 쉬자.

Qingdao Day 1. 일단 먹고 마시자

Day1 일정

1-1. 사육 'due to bad weather'

 

이번 여행은 세상에서 가장 마음 편한 별이와 홍언니와 함께 했기 때문에 출발 전날까지 이것저것 찾아보기는 많이 찾아봐도 계획은 없었다.

그리고 계획이 없는게 좋았던 게 차라리 나았던 게, 안개로 인한 저시정으로 비행기 4시간 지연됐구요...

한나절을 날렸구요.

 

이번 여행 준비는 실로 헛점이 많았다.

 

일단 여느 직장인이 그렇 듯 가장 스트레스가 극심한 시기에 충동적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둘을 꼬셔서 비행기표를 사놨고

뒤늦게 비자가 필요하단 걸 알고 나랑 별이는 출발 3주 전에 홍언니는 2주 전에 비자 신청을 끝냈다.

 

별지 비자가 있다고는 하는데, 칭다오는 별지 비자가 금지된 상태라고 하고(17년 12월 기준), 개인 비자로 여행사를 통해서 신청했다.

개인적으로 신청해도 되는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촉박하게 신청해서 비자가 거절되면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에 맡겼다.(+72,000원+등기비)

(사실은 어떻게 하면 비자신청을 철저하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싫은 게으른 몸이 모든 결정을 내렸다.)

 

 

 

이상하게 휴가만 내고 여행만 갈라치면, 회사가 바쁘다.

 

 

한달 내리 잔업 몇 번 안하고, 정시 퇴근 잘 하다가도 여행 갈 즈음 해서는 일주일 전부터 말도 안되게 부산하다.

인생은 과거의 내가 싸놓은 똥을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로 보내는 과정이라는데, 나는 매번 미래의 여행갈 나에게 푸세식 화장실 한 칸을 통째로 보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D-10부터 휴가만을 바라보고 사는데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결정짓는 모든 요소들 중에서는 게으른 몸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여행 전에 짐을 싸지 않았다.

또 전날 저녁에 부랴부랴 퇴근해서 여권확인/옷 확인/배터리 확인하고 인천 본가로.

 

 

여행가면 그런 사람이 있다.

전날부터 설레서 잠 설치고, 공항에 네시간부터 와있고 그런 사람. (=나)

근데도 준비는 뭔가 허술한 그런 사람. (=나)

 

인천에 살면 인천 공항 되게 가까워서 입출국하고 집에가는 거 껌일 것 같고 그런데, 묘하게 더 빡세다.

내가 찾아본 바, 인천에는 인천 공항 리무진이 없다.

알고보니 초코파이에는 초코가 없다거나, 마시멜로는 사실은 마시멜로가 아니라던가 그런거다.

사람 김새게 만드는 거.

 

아침 8시 45분 비행기였기 때문에 6시까지 공항에서 보기로 했고, 집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한시간 걸리더라.

(서울 동쪽 끝에서 리무진 버스 타고 와도 한시간인데)

샤워도 하고 화장도 하고 옷도 따뜻하게 입으려고 새벽 두시 반에 일어났다. (개오바육바....ㅎ)

결국 다섯시 첫차 타려면 시간 남아서 한시간 동안 휴대폰 보다가 출발;;;;

나 같은 체력 쓰레기는 한시간이라도 더 자면서 체력을 비축해야하는데 여행 전 쓸데없이 두근거리기만 하는 몸뚱아리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남들 출퇴근에 사용하는 듯한 111번 버스에 혼자 캐리어 들고 눈치보면서 공항 도착했다.

 

이번에도 환전은 공항에서, 여행자 보험도 체크인 카운터 줄 서 있는 동안.

원래 다들 이렇게 하는 거죠...?

그래도 조금은 발전한게 예전에는 공항에 와서 여행 보험 등록하는 카운터를 찾아갔는데 이제 인터넷으로 싸게 등록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다행히 가족 중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환율 우대를 받았던 별이가 중국 위안화는 환율 우대가 별로 없다고 한다.

항상 공항에서 급하게 처리하고 떠나는 것들이 많지만 항상 비행기는 무사히 타고, 무사히 도착한다.

 

이번 항공사는 산동항공.

매번 스카이스캐너에서 가장 싼 비행기표를 선택해서 가는지라 국적기는 잘 안타는데 산동항공은 이제껏 똥을 줬던 몽골항공(서비스가 똥)이나 오로라항공(기내식이 똥)과는 달리 나쁘지 않았다.

앞주머니 고장난 거 빼면.

(단추가 있으면 뭐해요;;; 안눌리는데;;;)

 

 

 

신이 나서 인스타에 비행기 티켓+비자 페이지 찍어서 '잘있어라, 업무' 올렸는데, 업무는 월요일까지 잘 남아있었고, 나도 네시간 더 비행기에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하하.

 

 

평생을 살면서, 큰 이슈랑은 맞닿을 일이 없는 평범한 삶이었는데 23일(23일 8시 45분 비행기...)부터 해무 때문에 비행기가 신나게 결항/지연되었다고 한다.

해무라는 단어를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지,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네시간이나 갇혀있었으니,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다. 해무해무.

 

암튼 오전부터 난 비행기에 갇혔구요.

산동항공 쓸데없이 사람들 일찌감치 모아서 비행기에 빨리 잘 가둬뒀다.

여지껏 탑승이 그렇게 일찍 시작해서 그렇게 일찍 마감하는지 몰랐네.

그런데 안개가 너무 심해서 인천공항에서 열두시까지 모든 비행기를 지연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심하기도 심한게, 옆 게이트에 있는 비행기가 뭔지 보이지도 않았음.

산동항공은 이 모든 것이 항공사 탓이 아님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We are sorry for delay due to bad weather" 이라고 한다.

Due to bad weather 이라는 말은 빼먹지 않는다.

너무나도 팩트지만, 괜히 얄밉.

 

 

 

답답하긴 해도 나쁘진 않았던게, 원래도 장거리 비행을 좋아한다.

(게다가 딱히 미래를 계획하고 대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늦게 도착하는 건 별로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밥 주고, 음료수 주고, 이륙할 때 잠도 오고, 딱히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출발도 안하고 사람들이 점점 예민해지니까 이륙해서 주기로 했던 밥을 내준다.

근데 맛있다. 후추 뿌렸는데 개존맛.

맥주 한 캔 있었으면 딱인데, 단거리라 그런지 음료와 차가 없다. 미네랄 워터만 한병 줄 뿐...

 

 

 

 

밥 다 먹고 조금 졸다가 열두시 경이 되니까 이제 출발한다고 한다.

안개는 아직도 조금 있지만, 나아진 상태고(옆 게이트 비행기 뭔지 확인됨.)

홍언니랑 추측컨대, 일본항공이면 결항이었을 것 같지만, 중국 항공이라 뜨는 거 아닐까....?

그리고, 우리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확률의 큰 리스크와 아주 큰 확률의 작은 리스크 중에 전자를 싸그리 무시하는 걸 보면 한치 앞만 보면서 욕구에 따라 사는 우리 같다고 생각했다.

 

 

일단 출발 하는 것도 좋고, 결국은 무사 도착 했으니까. 괜찮지, 뭐.

칭다오 류팅 공항에 도착하니 두시 정도 됐는데,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입국심사가 시작된다.

줄은 길게 섰는데 입국 심사는 세 명이서 한다.

심지어 자국민 줄도 길다.

한참을 얼굴보고, 여권보고, 비자보고, 수기로 체크하고 보내주고.

 

입국 심사가 길기 때문에 좋은 점은, 나가면 짐을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거.

내가 늦게 나오는 짐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짐이 늦게 나오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두시 반에서 세시 정도에 왔는데 원래 도착 예상시간보다 다섯시간 정도 늦어졌기 때문에 이미 약간 자포자기 상태여서 늦어지거나 말거나... 짐이 먼저 나와있는게 고마울 뿐.

 

홍언니랑 별이가 면세품 찾아오는 동안 신호산 공원 - 영빈관 - 천주교 성당의 관광 코스 ▶ 전취덕 ▶ 54광장 운소로 미식거리 발마사지 ▶ 해산물로 Day1 일정을 대충 짜놨었는데, 점심도 못 먹은 채로 세시 반에 도착해서 체크인까지 마치면 오후 네시이기 때문에 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에는 축지법을 써도 불가능한 일정이라 일단 체크인하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숙소는 Qingdao Holiday Inn in city cenre.

주변 랜드마크로는 콥튼호텔, 까르푸(家乐福, jiālèfú) 인데, 워낙 호텔이 모여있는 위치라서 관광객이 몰려서 그런지 택시타면 성조 신경 안쓰고 대충 비슷하게만 찌아르푸 해도 알아듣고 가준다. 다만, 난징루랑 어디 다른데 하나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난징루라고 말해줘야 한다.

 

준비는 허술하지만 근거 없는 베짱과 용기를 가진 우리는 택시 대신에 공항버스를 타기로 한다.

그리고 항상 운이 좋다. 인생 운 여기다 끌어다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공항은 잘 되어있는 편이라 잘 찾을 수 있고, 가서 찌아르푸하고 손가락 세개 펴면 까르푸까지 가는 표 3장을 준다.

 

 

20위안/人

 

타는 곳

 

 

 

 

지도가 있긴 한데, 어디서 내리는지는 모르겠고 옆에 중국인 커플에게 표를 보여주고 짜이날? 하니까 친절하게 알려주시더라.

영어는 애매하게 할 줄 알아서 항상 문장을 완성해서 물어보는데, 중국어는 어차피 모르기 때문에 용기 있게 아는 단어만 말할 수 있다.

 

사십분 정도 달려서 남들 내리는 곳에서 내리면 된다.

공항 버스라고 안전운전 그런 거 없다. 운전 시원시원하게 하신다.

 

 

칭다오 홀리데이 인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장점은 호텔 자체가 깨끗하고 청소라던가, 관리를 잘 해준다는 것, 난방이 잘 되는 것,  위치가 적절하다는 것.

단점은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영어를 못하고, 대응이 어설프고, Extra bed를 위한 추가 금액이 방값에 비해 비싸고, 저녁에 복도에서 직원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너무 크다는 것, 그리고 디포짓을 600위안이나 카드 결제(or 현금결제)를 하고 체크아웃 하고 3일 후에 입금해준다는 것.

단점을 장황하게 썼지만 순간순간 열받는 거 빼면 딱히 큰 단점들이 아니라서 묵을만 하다.

호텔스닷컴에서 싸게 예매 가능하기도 하고.

하지만 3일이 지나도 디포짓이 입금되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직 입금 안되어서 호텔에 메일 보냄 1/1)

 

 

1-2. 운소로 미식거리: 왜 비싸죠? 많이 먹었으니까요.

 

어차피 지연 출발/지연 도착으로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는 글렀고, 배부터 채우기로 하고 운소로 미식거리에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미식거리이다.

칭다오는 관광지이기도 하고, 사람 많은 곳으로 다니면 밤늦게까지 술 많이 마시고 싸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다.

러시아나 일본 사람들보단 중국 사람들이 친절했음.

나피셜, 일본<<<<<러시아<중국

일본은 서비스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돈을 지불하는 곳에 가면 과하고 부담스럽게 친절하고, 그 외 길에서나 공무원들은 굉장히 무심하고 불친절했던 기억이 있는데, 중국은 마음 속 깊은 곳부터 나오는 오지랖 친절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한 친절은 없어서 딱히 부담스럽지 않다.

 

운소로 미식거리에 갔는데, 우리가 좀 이른 시간에 간건지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망해가는 식당이 즐비한 관광지인건지 문을 연 곳이 많지 않다. 그래도 그 와중에 만만해보이고, 수족관 상태가 좋아보이는 곳으로 들어감.

 

(배고픈 자의 흔들리는 시야)

 

 

(괜찮아보이는 수족관)

 

 

 

 

이런 수족관에서 눈치보면서 서성이면 직원이 오는데 그 때 먹고싶은 걸 골라서 얼마나 먹을 건지 말해주면 된다.

해산물에 근이라던가 그런 개념은 1도 없기 때문에 1个(yígè) 2个(liǎnggè)로 대충 말했다. 그러면 1인분 비슷하게 나온다.

칭다오는 물가가 별로 비싸지 않다고 해서 가격도 확인 안하고 일단 먹고싶은 건 다 골라서 시킴.

바지락/맛조개/새우/문어 시키고, 매운 맛(辣的, làde), 안 매운 맛(不辣的, búlàde)만 말하면 기가 막히게 맛있는 요리법을 알아서 찾아서 가져다 준다. 이러나 저러나 못 알아들으면 그냥 사진을 가리키면 된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서 바지락이나, 가리비, 새우 같은 한국어로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다.

볶아 준다는 것도, 취이이이~~ 하면서 볶는 흉내를 내주시는데 그 때 눈치껏 고개만 잘 끄덕이면 된다.

 

 

생물 외에도 요리 된 거나 꼬치 종류도 있는데, 저기서 마라샤오룽샤를 시켰다.

마라소스를 좋아해서 시켰는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입에 들어오는 성과가 너무 적어서 별로...

 

 

어느 집을 가나 저런 맥주 꼭지가 있는데, 한쪽은 순생, 한쪽은 원장이다. 홍언니랑 나는 순생쪽이 더 맛있어서 원장 1병 먹고, 이후로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순생으로만 마셨다.

 

 

테이블 기본 세팅인데, 맥주 잔이 매우 작다.

원샷 문화가 있어서 그렇다는데, 원샷하기엔 조금 많고, 나눠마시기에는 두세번 먹고 다시 리필해야하는 귀찮음이 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마셨는지 나조차도 모르기 때문에 좋음.

먹다가 사진 찍는 거 까먹음.

 

 

바지락 볶음 존맛.

 

샐러리랑 같이 볶은 맛조개, 존맛.

 

대파랑 볶은 문어 대존맛

 

버터에 구운 새우 존맛이긴 한데 노력이 너무 들어감.

 

마라샤오룽샤 괜찮은데,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감.

 

이 정도 먹었으면 그만 먹을법도 한데, 술을 애매하게 마셔서 안주 하나, 술 하나 더 시키기로 했다.

가리비 여섯개 달라고 해서 가리비 시켰는데, 이거를 안 먹어보고 돌아갔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

 

 

가리비 썰어서 당면이랑 마늘 소스 올린 건데 대존맛 명예의 전당.

 

밥 다 먹고 계산하려고 보니까 600위엔 정도가(=약 100,000원) 나왔다.

칭다오 물가 싸다면서 왜 이렇게 많이 나온거죠?

=맥주 3병+해산물요리 6개요

물가 싼 거 맞음ㅎ

 

술도 조금 들어가고, 기분도 좋아져서 여기 맥주는 매우 괜찮기 때문에 일단 까르푸가 열었을 때 맥주를 사서 호텔 냉장고를 채워놓고 54광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까르푸에 가서 칭다오 맥주를 사면 가격대는 다양한데 보통 550ml 한 캔에 7~10위엔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다.

디폴트가 칭다오이기 때문에 맛도 있다.

그래서 종류별로 일단 집어왔다.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처럼 호텔 냉장고에 맥주를 잔뜩 채워두고 54 광장으로 출발.

 

1-3. 어두운 54광장 ▶ 길 잃음.

54광장은 별로 큰 흥미 없는데, 일정에 넣었던 이유는

 1) 칭다오 랜드마크 오월의 바람 조각상이 있어서,

 2) 역사와 지리를 사랑하는 홍언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3) 야경이 좋을 것 같아서. 였다.

 

하지만 낮에 갔어야 했다.

찾아본 사진들은 오월의 바람 조각상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야경이 괜찮았는데 밥 먹고 일곱시 반쯤 가니 불이 다 꺼져있다.

랜드마크 앞에서 사진 찍을 수 없고요...

54운동 베이징에서 시작했구요...

기대했던 야경, 없구요.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사진 찍음.

모텔 불빛이 반짝이며 야경을 만든다는 여수 밤바다 같았다.

 

 

 

해양공원 슬슬 산책하다보니 이런 광장 앞으로 왔는데, 한국인 아저씨가 말을 거신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하길래, "네." 하니까,

"청도가 물가도 싸고 좋긴 한데, 내년에 시진핑이 온다고 조각상 불도 안켜놓고, 죄다 공사만 하네. 여기 되게 좋아요. 이 앞쪽으로 식당이 쭈욱 있는데 배터지게 먹어도 2,300위엔 정도 밖에 안나오고, 난 그래서 자주 와요."

하고 말씀하신다.

그 이후로도, 뭔가 청도의 장점과 본인의 청도 사랑에 대해서 설명해주신다.

감사하긴 한데, 딱히 흥미롭진 않아서...

홍언니랑 별이를 두고 이쪽으로 좌우대칭 사진을 찍으러 오니, 언니랑 별이가 내 핑계를 대고 대화를 끝내고 이쪽으로 왔다.

 

 

타이밍 좋게 잘 벗어났다며.

셋 다 여행 다니면서 불편에 예민한 편은 아닌데, 우리 외 다른 사람이 끼는 거에 대해 아주 방어적이고 낯선 사람이 끝도 없이 대화 거는 건 싫어하기 때문에 적당히 벗어났다. 

그래도 아저씨 말로는, 시진핑 주석이 온다고 해서 칭다오 여기저기 공사 중이고 불도 안켜놨다고 한다. 안다고 한들 어찌할 도리는 없지만, 원래 이런 건 아닌 모양.

 

적당히 걸었고, 운소로 미식거리 쪽으로 다시 돌아가서 발 마사지를 받으려고 구글 맵을 켰다.

셋 다 진짜 답없는 길치인데, 그 중에서도 제일 답 없는 내가 구글 맵을 들었다.

진짜 노답길치인게 잘 걷다가도 건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방향감각 초기화.

게임하다가도 게임 맵에서 항상 길을 잃어버려서, 최근에 했던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길을 잃어버려서 총알 다 쓰고 스토리 진행이 안됨.

근데, 칭다오는 난이도가 높은게,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죄다 똑같이 생긴 고층 빌딩에 거리는 다 공사중이라서 표지판이고 뭐고 볼 수가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두움.

 

그렇게 길을 잃고 40분정도 구글 맵이 알려주는 대로 계속 걷다가 도저히 어딘지 모르겠어서 구글 맵 방향을 조정해보니, 이제까지 온 길을 되돌아가라고 한다. 뭐가 잘못됐는진 모르겠는데, 제일 잘못한게 내 방향감각인 건 알겠다.

내 무능력을 믿을 수가 없어서 중국인한테 운소로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주다가 반대방향을 가리킨다.

영어로 지하철을 한정거장 타거나, 반대 방향으로 걸으라길래 그냥 걷기로.

오면서 확인해보니 콥튼 호텔이 보인다. 완전히 지나쳐서 반대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왜! 왜 몰랐지!

왜 몰랐는지 알았으면 안지나쳤겠지...

 

홍언니와 별이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타박하지 않고, 웃으면서 발 마사지를 더 잘 받을 수 있겠다고 한다.

착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양심통. 제발 혼내주세요...

 

 

1-4. 발마사지 전문점: 어깨 마사지가 최고야.

 

칭다오에는 족생당, 청죽원 유명한 집이 너무 많고, 유명한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거기서조차 찾지 못했다. 길 찾는 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그래서 그냥 보이는 곳으로 들어감. 나중에 알아보니 화하양자라는 곳이다.

어차피 가격이야 거기서 거기고, 다리랑 어깨 마사지까지 해주고 60분에 138위엔이라길래(한화 22,000원 정도) 들어갔다.

다른 곳을 알아보기에 너무 많이 걸었고, 별이 만보기에서 이미 2만보가 넘었다고 나왔으니까.

 

소파가 네개 있는 방으로 안내해주면 물이나 뭐 그런걸 주겠다고 하는데, 별이가 따뜻한 차를 달라고 했다.

 

 

그러면 약간 사우나 냄새가 나는 차와 귤을 가져다 준다.

여름에 간 사람들으 수박을 받았다고 하는 걸 보니, 계절 과일을 주나보다.

 

그리고 굉장히 창피한 분홍색 반바지를 준다.

 

 

핑크 알러지가 있어서 분홍색 잘 못입는데, 입고나면 편해서 수치심을 잊게된다.

 

따뜻한 물 가져와서 발을 담그고 있으면, 60분 타이머 세팅하고 발 마사지를 해준다.

홍언니랑 별이는 여자분이 해주시는데, 나혼자 남자분이라 민망해서 옆자리에 별이만 쳐다보면서 얘기했는데,

하다보면 너무 시원해서 아무 생각 안들고 그냥 졸립다.

 

무릎부터 발까지 시원하게 마사지 해주는데, 조금 웃긴 건 마지막 마무리가 치약이다.

치약 말고 튜브에서 짜서 쓰는 뭔가 민트향이 나는 다른 거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치약...

화장실 세면대 닦을 때 치약 써본 적이 있어서 뭔가 좀 더 이빨이라던가, 세면대라던가 그런 거 된 느낌.

 

발 마사지가 끝나면 앉아서 어깨 마사지를 해주는데, 이거야말로 진짜 시원하다.

좀 아프긴 한데, 어깨 주물러주는 손주 생긴 기분.

매일 목이랑 어깨가 아파서 셀프주무르기나 본가에 있는 마사지 기구에 올라가 있는데, 진짜 사람 손이 좋은 이유가 있구나 싶다.

호텔 방에 돌아가서도 간만에 목이랑 어깨가 안 아파서 편하게 잠들었다.

 

나나 별이야 마사지 경험이 많지 않아서 마냥 좋을 수 있는데,

얼마 전 세부 다녀온 홍언니가 괜찮았다고 하니, 객관적 괜찮은 마사지인 것 같다.

 

1-6. 우육탕면 먹으러가서 라유에 빠짐.

 

먹을 건 너무나도 많은데 머무르는 시간이 짧다보니 하루에 세끼 먹는게 부족하게 느껴진다.

근데 그만큼 위장이 따라주질 않아서 또 많이 먹진 못한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 많이 먹어야하기 때문에 우육탕면 집에 갔다.

 

사실 발 마사지 끝나고 나오니 밤 10시 정도 되어서, 먹을까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감하는 듯한 주인 아저씨가 들어오라길래 들어갔다.

셋이서 우육면 두개에 맥주 한병 시켜서 먹는데, 그렇게 썩 맛있진 않았다.

별이가 대만에서 먹은 우육면이랑은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 그냥 고깃국에 칼국수. 

먹다보면 약간 느끼하기도 하다.

 

 

예전에 어학연수할 때 학교 앞에 중국 음식점이 있었는데, 4파운드 정도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서 자주 갔었다.

중국 애들이랑 같이 가면 테이블에 있는 고추기름을 항상 올려 먹었는데, 그게 있길래 면 위에 살짝 올려먹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언니랑 별이한테 추천해줬다.

맵긴한데,조금씩만 올리면 그렇게 맵지 않고 국물이 약간 느끼한 편인데 라유 올리니까 먹을만 해서 또 맥주 두병을 비웠다.

 

 

 

그리고, 까르푸에서 이것저것 사서 돌아오는 날, 라유도 하나 사서 돌아왔다.

마라소스도 샀고, 중국 당면도 샀으니 이제 어지간한 중국요리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날이 너무 아쉬운 건, 날씨 때문에 늦게 도착해서 두 끼 밖에 못먹고 끝났다는 것.

칭다오는 고기/면/만두/해산물 먹을 게 너무 무궁무진해서, 부지런히 걸어다니면서 공복을 만들어서 부지런히 먹어야한다.

 

다음 날 일정은, 54광장-딘타이펑-소어산공원-해양공원-맥주박물관-숙소-피차이위엔-타이동야시장.

못 보고, 못 먹고 돌아온 게 너무 많다ㅠㅠ